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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로마제국, 교황령, 비잔틴

11세기의 유럽은 격변의 시기였다. 이 시기의 유럽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단일한 대륙 공동체가 아니었고, 오히려 서로 다른 질서와 논리가 충돌하는 분열된 공간이었다. 그 분열을 주도한 것은 국지적 전쟁이나 민족 간 갈등이 아니라, 자신을 보편 질서의 중심이라 자임한 세 권력의 병존이었다. 신성로마제국, 교황령, 비잔틴 제국은 각기 다른 계보와 세계관, 그리고 통치 방식을 바탕으로 ‘로마’의 유산을 두고 경쟁했다.   이 책은 그 세 권력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만들어낸 중세 유럽의 정치적 지형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단일한 패권이 형성되지 못했던 유럽은 오히려 그러한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제도, 언어, 권위의 구조를 발전시켜 나갔다. 황제는 제후의 충성 없이 존재할 수 없었고, 교황은 영적 권위를 무기로 ..
11세기의 유럽은 격변의 시기였다. 이 시기의 유럽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단일한 대륙 공동체가 아니었고, 오히려 서로 다른 질서와 논리가 충돌하는 분열된 공간이었다. 그 분열을 주도한 것은 국지적 전쟁이나 민족 간 갈등이 아니라, 자신을 보편 질서의 중심이라 자임한 세 권력의 병존이었다. 신성로마제국, 교황령, 비잔틴 제국은 각기 다른 계보와 세계관, 그리고 통치 방식을 바탕으로 ‘로마’의 유산을 두고 경쟁했다.
 
이 책은 그 세 권력이 교차하고 충돌하며 만들어낸 중세 유럽의 정치적 지형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단일한 패권이 형성되지 못했던 유럽은 오히려 그러한 경쟁 속에서 독자적인 제도, 언어, 권위의 구조를 발전시켜 나갔다. 황제는 제후의 충성 없이 존재할 수 없었고, 교황은 영적 권위를 무기로 삼아 세속 권력과 대결했다. 비잔틴은 정통 제국이라는 자의식을 끝까지 유지하며, 동지중해의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
 
중세 유럽은 종종 혼란의 시기로 그려지지만, 이 시기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지속적인 조정과 협상, 실패와 적응의 기록이 보인다. 중심이 없는 정치 질서는 때로 불안정했지만, 그 불안정이야말로 후대의 정치 실험과 문화 다양성이 뿌리내릴 수 있는 틈이 되었다.
 
이 책은 단지 세 권력의 외교적 행보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권력이 유럽을 어떻게 상상했는가, 그리고 그 상상은 어떻게 현실에 제약받았는가를 함께 묻고자 한다. 황제가 되기 위한 조건, 교황이 감당해야 했던 권위의 무게, 제국이라는 이름이 품은 모순—이 모든 것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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