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괴멸
용병단 ‘핏빛 태양’은 호프레 일당의 숙영지로 향하고 있었다. 마을 유력자로부터 그들의 처리를 의뢰받았기 때문이다. 보수는 2,000 크라운으로 꽤 괜찮은 편이었다.
숙영지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다다르자 단장인 고스번이 말했다.
“여기서 휴식을 취하다가 밤이 되었을 때 습격하겠다.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전투준비를 하도록.”
고스번의 말에 용병들은 자리를 잡고 각자 지니고 있던 주머니에서 말린 고기와 빵부스러기 등을 꺼내 먹었다. 부단장인 빌헬름이 고스번의 옆자리에 앉았다.
“단장, 적 진지 가까운 곳에서 숙영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요? 좀 더 떨어진 곳에서 쉬는 것이 어떨지.”
고스번이 말한다.
“놈들은 우리가 습격하리란 것을 모르고 있을 테니 상관없어. 조금 쉬었다가 빨리 끝내고 돌아가자구.”
빌헬름은 단장이 전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단장은 사실 전문 전투요원이 아니었다. 다른 용병단에서 협상가로 오랫동안 일해오다가 자금을 모아 용병단을 창설한 것이었다.
빌헬름은 핏빛 태양을 창단할 때 고스번에게 영입 제의를 받아 지금까지 함께 일하며 친분을 쌓고 있지만, 고스번의 이런 느슨한 점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전투는 매우 위험한 것이었고, 한 번의 판단미스로도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것에 대해 더 이상 입을 열지는 않았다. 고스번의 고집에 이미 익숙했기 때문이다.
빌헬름은 식사를 하는 대신 주변을 돌아보며 이곳이 안전한지를 살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를 본 고스번이 묻는다.
“어디 가려고?”
“오줌이 마려워서요.”
빌헬름은 대충 얼버무리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주변은 매우 조용했기에 빌헬름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주변을 얼마간 살핀 뒤 적당한 곳을 찾아 소변을 보려는 순간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며 중세 용병단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배틀 브라더스나 워테일즈, 크루세이더 킹즈 등을 해보셨다면 더욱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씩 써나가겠습니다.